시네마트 - 희귀영화 브리태니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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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홍콩느와르 스타일

홍콩느와르는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사이 홍콩에서 만들어진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의 갱스터 액션영화들을 지칭한다. 이들 영화에는 1997년 1월 1일부로 중국으로 반환되기로 결정된 이후 커졌던 홍콩 내부의 불안감과 남자들 사이의 우정과 의리, 배신과 증오가 담겨 있다. 

특히 〈영웅본색〉의 놀라운 성공으로 홍콩 범죄 사회를 배경으로 영웅주의 신화와 뿌리 없는 도시 홍콩의 불안을 결합시킨 갱스터 영화들이 80~90년대에 많이 양산됐다.

이 영화를 단순히 범죄 액션물이 아닌 필름느와르의 계보 아래 두는 까닭은 무엇보다 영화 고유의 스타일과 도시에 대한 어두운 비전에 유사성이 있기 때문이다. 

필름느와르는 1930~40년대 미국인들의 냉소와 절망을 암흑가의 배신과 파멸의 서사 안에 담아냈고, ‘검다(’noir)란 이름처럼 어두운 밤, 강한 대비의 조명, 사선 및 수직 구도 등으로 도시의 불안과 무력함을 효과적으로 표현해냈다.

덧붙여 암흑가의 고독한 인간의 숙명을 더더욱 멜랑콜리한 감각으로 빚어낸 60년대 '장 피에르 멜빌'의 프렌치 필름느와르 역시 '오우삼' 감독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이 밖에도 총격씬의 결정적인 순간에 느린 동작으로 변하는 고속 촬영 기법은 '샘 페킨파'의 슬로모션의 액션 묘사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영웅본색〉의 주인공들의 비극적이고 낭만적인 영웅주의, 남자들의 의리와 우정, 폭력적인 살육 등의 면모는 '장철' 감독의 무협영화를 연상시킨다. 실제 '장철'의 조감독 출신이기도 한 '오우삼'은 <영웅본색>의 '적룡, 주윤발, 장국영'을 '장철'식의 비장하게 패배하는 영웅상으로 그려낸다.

2. 영화사적 영향과 속편 제작

<영웅본색>의 격정적이고 감상적인 남자들의 관계와 의리와 명예를 위한 희생과 같은 모티브뿐만 아니라, 유려한 슬로모션과 비 내리는 현란한 총격전, 감상적인 음악의 사용, 강한 대비의 조명 등의 스타일은 이후 홍콩 및 아시아 액션영화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뿐만 아니라 바바리 코트를 입고 쌍권총을 들고 성냥개비를 문 '주윤발'은 장르의 대표적인 아이콘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이 작품의 유례없는 성공으로, 계획하지 않았던 속편 <영웅본색 2>를 만들었고, '오우삼' 감독이 3편의 연출을 거절하자 '서극'이 3편을 연출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이 영화는 1987년 6월 화양, 대지, 명화극장에서 개봉했으나 당시에는 별 반향을 못 얻다가 이후 재개봉관과 동시상영관을 돌며 뒤늦게 큰 인기를 끌었고 '주윤발, 장국영' 등의 홍콩 스타는 80~90년대 한국 청소년들의 우상이 되기도 했다.

3. 주제와 영문 제목의 의미

<영웅본색>은 중국 반환으로 불안해진 도시 홍콩을 무대로 암흑가 인물들을 통해 홍콩의 현실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 필름누와르의 영향 아래 있는 이 작품은 먼저 돈을 위해서는 배신도 서슴지 않는, ‘강호의 도가 땅에 떨어진 시대’라는 홍콩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보여준다.

영화 속 주요 인물들은 저마다 다른 시선으로 홍콩을 바라본다. 배신자 '아성'은 불안한 도시 홍콩의 한탕주의에 편승해 '아호'와 '소마'를 배신하고 '아걸'을 함정에 빠뜨리는 비열한 인물이다. 형사 '장국영'이 전과자인 형을 유별나게 증오하는 까닭은 부패한 홍콩에 대한 강박적 분리로 읽을 수 있다.

형사 '장국영'이 전과자인 형을 유별나게 증오하는 까닭은 부패한 홍콩에 대한 강박적 분리로 읽을 수 있다.

'아성'과 '아걸'의 명확한 대립구도 안에서, '아호'가 끝내 홍콩을 떠나지 않는 것은 그가 '아걸'을 통해 홍콩의 긍정적인 미래를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아호'는 암흑가의 큰 형님이었을 때도 늘 '아걸'의 올바르고 발전적인 앞날을 무엇보다 소중히 생각했다. '아호'의 이러한 금욕적이고 건실한 면모는 이후 갱생에 대한 강력한 의지로 작용한다.

그에 비해 소마는 훨씬 복잡한 인물이다. 그는 '아호'와 마찬가지로 의리와 같은 전통적인 강호의 가치를 중요시하지만 동시에 그것이 땅에 떨어진 홍콩의 현실에 대한 비감에 사로잡혀 있다. 

'소마'는 자본주의 홍콩의 아름다운 야경을 보며 사회주의 중국에 편입될 미래를 한탄하고, 과거 홍콩(혹은 사라진 과거의 중국)의 영광을 찾을 수 없다면 이 도시를 떠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한탕주의와 배신이 만연한 홍콩의 암흑 사회에서 우정, 가족, 의리와 같은 낡은 가치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목숨을 던지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장철'식의 무협영화의 주인공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

하지만 그들이 그런 가치들을 죽음을 통해 지켜냈다 하더라도, 그것은 법 질서 바깥에서 일어난 일들로 그들은 불법으로 총을 든 대가를 치러야 한다. 

낭만적이지만 죽음이라는 큰 희생과, 결과와 상관없이 법의 심판 아래 있는 영웅들의 싸움은 결국 짙은 무력감과 허무감을 안게 된다.

그럼에도 이들이 홍콩에 남아, 목숨을 걸고 지켜내려고 한 가치는 바로 영화의 영문 제목이기도 한  ‘A Better Tomorrow’에 드러난다. 

영화의 엔딩에서 '아성'을 죽인 '아호'가 스스로 동생의 수갑을 차고 “네가 가는 길이 옳다”고 '아걸'에게 말하는 것은 바로 홍콩의 ‘더 나은 내일’에 대한 감독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A Better Tomorrow>는 영화 클라이맥스의 총격전 직전 등장하는 소년소녀 합창단이 새해에 대한 희망을 노래하는 곡이기도 하다.

에로영화에 본격적으로 출연하기 이전에는

당당하게 본명을 썼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