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스 - 퍼플레인(라이브 공연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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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421일 프린스(Prince Rogers Nelson)가 세상을 떠났다. 영원히 젊음의 왕자의 모습으로 기타를 애무하며 노래할 줄 알았던 그가 떠났다는 소식에 나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소식을 접한지 얼마 되지 않아얄궃게도 나와 팝 음악을 줄곧 공유하던 여자아이로부터 그의 죽음을 재확인하는 문자를 받고서, 난 다시금 멍해졌다.

우리는 가까이 있을 때 그 사람의 소중함을 모른다고들 한다. 나 또한 프린스가 떠나고나서야 그가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뮤지션이었는지 상기하게 되었다. 그리고 한동안 지속되었던 슬픔의 시간이 어느정도 지나가고 나서는, 조금 더 이성적으로, 왜 내가 그토록 그의 음악에 열광해왔던가 라는 물음에 대한 고찰을 조금씩 해보게 되었다.

프린스의 음악을 처음 접한건 아마 중학교 때 였음이 명징하다. 2 쯤이였던가, 중간고사를 망치고 우울한 마음에 <Private Joy>를 들은 기억이 선명하기 때문이다. 우울한 기분에 훵키하면서도 동시에 다크한 사운드, 은밀한 즐거움을 갈구한다는 가사가 어우러져 묘한 기류가 형성되었다.

돌이켜보면 중학교 시절의 나는 프린스의 정규앨범 중에서 상대적으로저평가 받는 <Controversy> <Around the World in a Day> 같은 앨범에 열광했던 것 같다. 나중에 이 두 앨범에 대해서도 좀 더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하길 희망한다.

3, 5, 10 따위의 순위와 서열을 매기는 행위는 어찌보면 좀 유치하고 미성숙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음악, 영화와 같은 분야에 있어서 서로 매긴 순위를 비교해보고, 거기에 대한 담론을 가져가 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 본능적 재미가 아니겠는가.

나의 페이보릿 솔로 뮤지션 탑3 혹은 탑5 안에 너끈하게 들어갈 프린스, 데이빗 보위(David Bowie)2016년에 사망한 사건은 그래서 나에게 더욱 충격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왜 그토록 프린스의 음악에 열광했던 것일까? 이 명제는 그간 쌓아온 나의 음악 취향과 어느 정도의 마찰을 일으키며 더욱 특별한 물음을 빚어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나도 흑인 음악을 좋아한다.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이 개척해 낸 드넓은 소울과 훵크의 영토 아래 천연의 리듬감을 내재한 수많은 훌륭한 훵크 밴드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Sly & the Family stone) 조지 클린톤(George Clinton)의 훵카델릭(Funkadelic) / 팔리아먼트(Parliament), 어스 윈드 앤 파이어(Earth, Wind & Fire), 타워 오브 파워(Tower of Power)의 주술성과 원시성, 집단성은 분명 나의 가슴을 강하게 두드려주었다.

더불어 제임스 브라운과 다른 거대한 한 축에 자리한 재즈의 화신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 로큰롤의 시작점인 척 베리(Chuck Berry)와 리틀 리처드(Little Richard) 같은 뮤지션들은 단지 내가 동경했을 뿐 아니라 현대의 대중음악의 토양을 구축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이런 구구절절한 전제에도 불구하고, 또한 대중음악을 흑과 백의 이분법적 구조로 나누는게 여러모로무척 시대착오적 발상인 것을 앎에도 불구하고, 여지껏 십몇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내 음악 취향이 아무래도 백의 음악쪽에 훨씬 가까움을 인정해야겠다.

레드 제플린(Led Zeppelin)과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 킹 크림슨(King Crimson) EL&P(Emerson Lake & Palmer),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와 메가데스(Megadeth), 보위와 루 리드(Lou Reed), 듀란듀란(DuranDuran)과 조지 마이클(George Michael) 그리고 로비 윌리엄스(Robbie Williams)까지. 내가 열성적으로 좋아했던 뮤지션들은 전부 백의 뮤지션이었다.

물론 방금 열거한 뮤지션들의 태반이 흑인음악을 했으며, 흑인음악에 엄청난 영향을 받았다. 레드 제플린은 하울린 울프(Howlin Wolf), 윌리 딕슨(Willie Dixon)의 블루스의 직계 후손이며(차용도 많이 했다), 보위는 “Thin White Duke” 시절 필리 소울(Philly Soul)을 제대로 구사했다.

듀란듀란 또한 흑인음악의 리듬감을 수용했으며, 조지마이클은 블루아이드 소울(Blue-eyed Soul) 계열의 뮤지션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그리고 동일하게 좋은 음악을 구사했음에도 시대적 상황, 마케팅의 논리에 따라 자연스레 백인 뮤지션들이 더 수면 위에 오르기 쉽고, 인기를 끌었던 측면이 존재했을 것이다.

조심스럽게 중간점을 찾아가며 내가 내린 결론은 날 것 그대로의 흑인음악보다는 백인음악의 스트레이트(Straight)함이 결합되거나, 아예 클래시컬 뮤직(Classical Music)의 맥을 잇는 아트록(Art Rock), 프로그레시브록(Progressive Rock)쪽을 선호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논리와 근거가 여러모로 부실한 나의 결론은 프린스에 대한 나의 물음에 그럭저럭 답이 되어주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면에서 프린스의 음악이 흑과 백을 동시에 수용하고 있다는 것인가? 나는 지금부터 그의 최고작은 의견이 분분할지라도, “대표작이란 칭호엔 대부분 동의할 1984년작 <Purple Rain>에 대하여 이야기하며 그 질문에 대한 나름대로의 답을 찾아나가고 싶다.

! 정확히 말하자면 Prince & the Revolution(Wendy Lisa가 소속한 바로 그 밴드 맞다.) <Purple Rain>이며, 동명의 영화의 Ost로 쓰인 사운드트랙 앨범이기도 하다. 빌보드 앨범차트에서 241, 2곡의 빌보드 넘버원과 1곡의 넘버투, 그 해 세 번째로 많이 팔린 앨범. 그야말로 84년을 강타한 <Purple Rain>을 중학교 시절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은 간단하게 너무 좋고, 너무 신선하다였다. 그는 어두운 동굴에서 으르렁거리는 사자처럼 마이클 잭슨과는 또다른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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