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쟁호투>의 '이소룡' 초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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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철학은 도가 사상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며, 생각만으로는 불충분하다.

'행동이 있어야 한다'라는 말처럼, 능동적인 삶을 더 높게 평가했다. 

 

그리고 '물이 되십시오'와 같은 말을 미국의 방송에서 언급하며, 유연한 사고와 행동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다만 이는 후술하겠지만 그의 사후에 재조명된 것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동양철학, 특히 노장 사상(老莊思想)이라고도 하는 도가의 '상선약수(上善若水)'는 그렇게 이소룡의 입을 통해 북미에 전파되었다고도 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학자들이나 전문가, 명상 수련자, 독서가 등에게는 이전부터 도가사상 등이 널리 알려져 있었고, 관련서적들도 여러 선진국들에는 이미 많이 출판되어 있었다.

 

다만 이소룡이 영화배우로 인지도가 높았던 덕에, 이소룡을 통해 북미의 일반대중들에게도 도가사상이 알려졌다는 게 맞다. 

 

이에 이소룡은 철학가/철학자라는 주장도 나오는데, 그는 노장사상 등을 자신의 무술에 맞게 인용하거나 각색했을 뿐, 새로운 해석을 하거나, 새로운 철학을 정립했다거나, 철학적 연구 성과를 낸 사람이 아니다. 

 

학원가의 유명 과학강사가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공인된 연구 성과가 없으면 그를 과학자라고 하긴 곤란하듯, 그를 철학가라고 칭하는 것은 무리다. 

 

다만 당시에 무술가나 영화배우로서는 드물게도 철학적인 면모가 있는 사람이었다거나, 무술 철학가라고 하는 게 좀 더 공정한 평가일 듯. 

 

그의 저서나 사후 출판된 책들을 읽어보면, 동양철학을 새롭게 해석했거나 정리한 것과는 거리가 있으며, 자신의 이상, 주장, 기술에 맞는 동양철학의 경구나 구절들을 인용하거나 짜 맞춘 정도이다.

동양철학 전공자나 연구자가 아니더라도, 1960~80년대 동북아권에서 정규교육을 받았거나, 그 방면에 좀 관심 있는 사람들, 그리고 북미, 북유럽 지역에서도 전문 연구가나 독서가, 명상 수련자 등에게는, 이소룡이 말하는 철학적 경구들은, 대부분 다 한 번쯤은 들어봤거나 이미 아는 내용들이었다. 

 

그러나 북미 대중들에게는 당연히 처음 들어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의 이런 철학적 면모가 조명된 것은, 이소룡의 죽음 이후라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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